사랑을 기다리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된다.
사랑을 기다려본 사람은 잘 안다.
진실한 사랑을 기다려본 사람은...
여름 내내 들판 뙤약볕에서 해만 바라보다 결국에는 뜨겁던 사랑을 스스로 말없이
떠나보내는 8월의 해바라기를 보면 알수 있다.
사랑보다 더 높게 커버린 그리움은 그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사랑이었음을 해바라기가
말하고 있다.
물의 요정 클리타아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했다.
하지만 아폴론은 클리티아를 버린 뒤 더 이상 큰 관심이 없었다.
클리티아는 아폴론을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애타는 심정을 아폴론에게 호소하려고 했지만
아폴론은 클리티아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슬픈 클리티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밥도 물도 전혀 먹지 않고 계속 울었다.
그러면서도 클리티아는 아폴론을 잊지 못하고 계속 사랑했다.
이렇게 아폴론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참 지나자 클로티아의 발은 그만 땅에 딱 붙어버렸고
얼굴은 꽃으로 변해버렸다.
클로티아는 꽃으로 변해버렸지만 여전히 아폴론을 그리며 태양만 바라보고 있다.
이 꽃의 주인공, 8월의 탄생화 해바라기의 사랑에 대한 전설이다.
클로티아의 애절한 사랑이 해바라기가 돼 하루 종일 해를 좇는다는 아주 오래전의 전설...
지금 내 앞에 흐르는 맑은 시냇물 같은 시간을 쫓는다.
아침저녁으로 이 여름을 잊을 만한 선선한 바람이 내 앞을 서둘러 지나간다.
바람의 발걸음이 급할수록 마음도 함께 바빠진다.
들판에서 해를 바라보며 여름 내내 그리워한 해바라기가 저만의 사랑을 떠나보내는 순간이다.
철든 사랑이 속으로 익어 겉으로 단단한 씨로 영근 해바라기가 애처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깊게 기다림의 뿌리를 내렸을 그에게 다가가 등을 도닥거려주고 싶다.
떠날 건 떠나보내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하는 세월의 옷이 서서히 벗어지는 시간이
곧 해바라기에게도 찾아갈 것이다.
찾아가선 "끝이 없는 건 사랑이 아니야.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끝이 사랑을 가르치지 않았나 싶어..."
라고 말로 그를 위안할 거라는 걸 안다.
한 여름, 그리움으로 훌쩍 커버린 해바라기와 해바라기 골 사이로 아직도 여름 흉내를 내고픈 철없는
바람이 서걱~서걱~거리며 저들끼리 쏘다닌다.
바람은 어느새 하늘빛을닮은 시냇물로 달려가 몸을 싣는다.
내일은 바람이 더 선선하겠지.
저기 서 있는 해바라기의 허리도 괜스레 더 굽어보이는 날이다.
사랑보다 더 뜨거운 그리움을 한 해바라기가 더 굳세게 보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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