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막바지의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고
이틀만 더 남녁의 날들을 허락해 주십시오.
영근 포도송이가 더 완숙하도록 이끄시어
마지막 단맛을 더하게 해 주십시오.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홀로 남아서
잠들지 않고, 글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나뭇잎이 떨어져 뒹굴면
초조하게 가로수 길을 헤멜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계절이 바뀐다.
가을날은 일대의 전환이다.
자연은 마지막 결실을 향해 소리 없이 움직인다.
사람들은 삶의 황혼을 바라보며 겨울채비를 한다.
자연과 인간의 충만한 성숙을 기다리는 남다른
눈이 느껴진다.
독일시인 릴케가 파리에서 이 시를 쓸 때 26세였다.
'마음의 풍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 알프레드 테니슨 (0) | 2013.11.26 |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0) | 2013.11.01 |
모란이 우는 날 ... 유치환 (0) | 2013.06.20 |
봄비 ... 김소월 (0) | 2013.06.20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로 푸쉬킨 (0) | 2013.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