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요

가을날 ...

에 스더 2013. 10. 3. 21:58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막바지의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고

이틀만 더 남녁의 날들을 허락해 주십시오.

영근 포도송이가 더 완숙하도록 이끄시어

마지막 단맛을 더하게 해 주십시오.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홀로 남아서

잠들지 않고, 글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나뭇잎이 떨어져 뒹굴면

초조하게 가로수 길을 헤멜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계절이 바뀐다.

가을날은 일대의 전환이다.

자연은 마지막 결실을 향해 소리 없이 움직인다.

사람들은  삶의 황혼을 바라보며 겨울채비를 한다.

자연과 인간의 충만한 성숙을 기다리는 남다른

눈이 느껴진다.

독일시인 릴케가 파리에서 이 시를 쓸 때 26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