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강으로 익어간다.
강이 깊어진 것도 아니고 흘러가는 물이 바뀐 것도 아닐진데
강은 가을을 담고 있다.
가을 강은 수줍음을 타는 모양이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고운 하늘을 비춰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을 강가로 나올 때는 하늘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넉넉한 영혼의 그릇이 필요한 것이다.
가을 강은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언제나 편안하다.
잊어야할 것들은 잊고 떠나보내야 할 것들은 떠나보내야 하는
세월의 섭리가 또 하나의 강이 되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잊지 못해 고통스러운 것이라 해도 가을 강가에 서면
비쳐지는 하늘의 마음으로 물들게 된다.
강가에 매여진 나룻배가 노인의 손길에도 풀려 물길을 만들어 가듯
세상에 매인 모든 것들은 가을 강이 보여주는 하늘을 보는 동안
또 하나의 강물과 구름이 되어 간다.
강물이 흘러가고 구름이 지나가듯 아무리 아름답고 귀한 곳이라 해도
세상은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곳이 아니라는 것을 비춰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또한 저녁노을에 지친 삶을 씻어주는 하늘이 비치는
강가와 같은 삶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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