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요

첫눈오는날 만나자...정호승

에 스더 2016. 12. 19. 21:19

어머니가 싸리비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발자국을 남기며

첫눈오는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가자

팔장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을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오는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목젓이 보이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보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오는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것과

눈 내리는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오는날 만나자 !

첫눈오는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