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꽁꽁 올면 '얼음'...시공간은 '어름'

에 스더 2015. 8. 1. 11:28

어릴 적 여름 한낮이면 동네에 '어름과자'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네모난 나무통에 어깨끈이 달려 있었고, 조그만 뚜껑을 열면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드라이아이스와 포장되지 않은 어름과자 '하드'가 들어 있었다.

돌처럼 딱딱하다 해서 '하드'라 했겠는데. 기실 보냉니 부실하여 하드는커녕 줄줄

녹곤했다.

'그때'는 물이 얼어서 굳어진 것을 '어름'이라고 했다.

1980년대 말 한글 맞춤법 규정이 바뀌면서 '얼음'이 되었다.

'얼다'라는 본말의 모양을 밝히어 적은 것이다.

냉장고가 귀하던 시절에 웬만한 동네엔 '어름'이라고 써붙인 얼음가게가 있었다.

'어름'은 무슨 뜻일까.

'두 사물의 끝이 맞닿는 자리'(두 강이 모이는 어름쯤에는 고기가 많다).

'구역과 구역의 경계점'(충청도와 전라도 어름인 강경은 새우젓으로 유명하다).

'일정한 테두리나 범위의 안 또는 그 가까이 어떠한 때'(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실컷 놀다 자정 어름에 헤어졌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어름'은 또 지금은 보기 힘든 남사당놀이의 여섯 가지 놀이 가운데 네 번째 놀이,

즉 줄타기 놀이를 이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