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요

향수 ... 정지용

에 스더 2012. 10. 27. 20:08

넓은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움을 우는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치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이 시에는 계절에 따라 변화되는 농촌의 모습이 감각적으로

잘 묘사되고 있다.

아름다운 글로 모든 이의 마음을 고향의 향수에 젖게 만든다.

1연과 5연은 일상적인 고향의 모습.

1연은 집 밖의 풍경, 고향 마을을 둘러싼 자연적인 공간을 제시

         넓은 들과 실개천이 대조적이다.

2연은 겨울밤 풍경과 아버지의 이미지

3연은 시적 화자의 동심, 유년기의 직접적인 경험.

4연은 누이와 아내의 이미지

5연은 집 안의  농가의 정경이다.

 

※ 정지용 (1902. 5.15 ~ 1950. 9.25) 충북 옥천 출생.

휘문교보 졸업. 일본 경도의 동지사대학 영문과를 졸업.

이후 휘문고보 교원으로 재직, 왕성한 문학활동을 하다가

6.25 때 납북되어 끌려가다가 사망했다.

그는 이렇게 소박한 곳에서 4대독자로 태어나 일제치하에서

현실과 다른 아름다운 꿈과 동경의 내면 세계를 가지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