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보리도 구분 못하는 '숙맥'
"저런 쑥맥 같으니라고...,"
쑥맥이 아니라 '숙맥'인데, 하는 짓이 한심하고 사리분별을 못하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숙맥이라고 한다.
'콩과 보리를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의 '숙맥불변'에서 불변이 떨어져 나가고
숙맥만 남은 것이다.
菽麥은 '콩과 보리'를 말한다.
콩인 菽은 아재비(아저씨. 숙부)를 이르는 숙(叔)이 원글자이다.
손으로 주렁주렁 달린 콩 꼬투리를 따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叔이 '아저씨'
만을 의미하는 글자로 되면서 식물을 뜻하는 초 두가 붙어 숙이 되었다.
두(豆)와 태(太)도 콩을 뜻하는 글자인데, 콩 꼬투리가 나무 제기인 豆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아예 豆가 콩을 의미하게 된 것이고, 太는 '서리태'등
우리나라에서만 '편의상 쓰이는 글자이다.
도톰하고 동그란 보리를 대맥(大麥)이라 하고, 얇고 길쭉한 밀을 소맥(小麥)
이라고 한다.
보리를 영어로 'barley'(빌리)라고 한다.
보리와 음이 비슷하지만 우연이다.
콩, 보리는 훈민정음 창제 직후 나온 여러 한글서에 이미 등장하기 때문이다.
숙맥을 면하는 길은 나도 숙맥일지 모른다는 자기성찰에서 시작될 것이고,
사람을 외모의 미추(美醜)로 판단하는 것, 남의 곤궁을 외면하는 것, 불의에
눈 감는 것 등은 숙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